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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당신의 봄은 안녕하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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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2.05.] 돌아가다.

by Timo Graphy 2023. 12.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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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경하던 선배가 다신 만날 수 없는 곳으로 돌아갔다.

그렇게 친한 사이는 아니다. 아마 그 선배는 나의 존재를 어렴풋이 기억하는 정도일테다. 

 

처음 그 선배를 만난건 2016년 교육원에서 였는데 나는 연수를 받는 신입사원이었고, 선배는 담당교수였다.

나중에 알고보니 우리회사에서 교수는 사내에서 꽤나 인정받을 수 있는 사람들만 갈 수 있는 자리였다. 

 몇개의 회사가 모여서 만든 교육원이다보니 어떻게 보면 회사의 얼굴이었으니까. 

그러면서도 바보인거지. 인정을 받아도 평가를 하는 사람들에게서 멀어지니 그렇게 좋은 자리는 아니거든.

 

유쾌했고, 쾌활했고 곧장 농담도 하면서 능력은 인정받는 사람이었고 

자신 아래사람을 편안하게 이끌어 줄 수 있는 사람이었다.

이 조직에 있는게 이상한, 맞지 않는 그런 사람이었다. 내가 생각하는 리더의 자질을 갖춘 선배 중 하나였다. 

 

그래서 그 사람과 함께 언젠간 일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고, 그사람에게 그의 능력을 배우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 사람과 함께라면 혼자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거 같았다.

그런 선배였으니까.

 

그 이후에도 본받을 만한 선배. 참 많은 것을 가르쳐준 선배들은 그 선배와 친했다.

'아 끼리끼리 놀구나.', '나도 저 사람들과 함께 나아가고 싶다.'  라는 생각을 했다.

일이 힘들어도 개똥밭을 굴러도 함께 구르는게 아깝지 않은 추억이 될 수 있다면 구를 의향이 있으니까. 

 

나는 부산으로 발령을 받았고, 그 해 선배는 출세와는 조금 동 떨어진 새로 생긴 어떤 부서로 발령이 났다. 

그리고 함께 일할 사람을 구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있었었고, 나에 대해 궁금해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새로운 곳에 온지 많은 시간이 되지 않았었고,

그 곳에 가면 그 곳이 개똥밭이라는 사실을 알아 궁금함이 함께 일하자는 제의가 된다면 어떻게 해야하나 

혼자 고심하던 기억이 있다. 한직이기도 했고 고민은 많았지만, 나를 부른다면 갈 의향이 있었다.

다행이면서도 아쉽게도 그는 나를 찾지 않았다.

이유는 모르겠다. 그냥 온지 얼마 안되어 발령 조건이 맞지 않았다고 자위한다.

도심지로 간 내가 그럴 생각이 없어보였을지도, 아니면 세간의 평가가 좋지 않았을지도 모르겠다.

자존심은 상했지만, 그런 그 사람에게 내 존재 자체를 인정받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던 그가 떠나갔다. 홀연히 떠나갔다.

내가 언젠가 배워야하고 만나야하던 그 사람이 부고문자로 자신의 안녕을 전한다

떠나간 사실을 알게 된 오늘. 사무실은 더 없이 조용하다.

누군가와 함께 했던 후배였고, 누군가와 함께 했던 선배라서.

 

스스로 선택을 했다고 한다. 이유는 모르겠다.

함께하던 가족을 남기고 홀로 떠나간 이유는 있을거란 생각을 한다.

도대체 무엇이 얼마나 스스로를 짓눌렀기에 스스로 떠나간 것인지.

왜 그런 고뇌를 가족과 누군가와 함께 이야기하지 못했는지.

 

존경하던 사람과 발자취를 좇고 싶은 나에겐 그 길의 끝이 스스로 편안함을 찾는 길인가 싶어 혼란스럽다.

함께할 누군가에게 고난이 될 것을 알면서 떠난다는게 쉽지 않았을 텐데 

도대체 어떤 일이 당신을 짓눌렀기에 이렇게 경황없이 떠나가셨을까요.

 

선배님. 정말 함께 일해보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해 정말 아쉽습니다.

아쉽다는 생각 크게 하진 않았었습니다. 언젠가 다시 뵐거라고 생각했거든요. 

당신이 가르쳤던 제자이자 후배가 당당히 나아가는 모습 보이며 그 앞에 서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이제 어렵네요.   

좇고 싶다는 생각과 배우고 싶다는 생각이 많았었는데 그런 당신이 이렇게 떠나가니 

하나의 이정표를 잃어버린 기분입니다.

선배님 수고많으셨습니다. 고생하셨습니다. 편안하십시오.

당신은 저뿐만이 아니라 꽤 많은 후배들의 모범이셨습니다.

말씀해주시지 못한 발자취. 따르은 선배의 모습.

당신만큼은 아니겠지만 저도 조금은 닮아보겠습니다. 

다시 한번 삼가 조의를 전합니다. 

감사합니다. 잊지 않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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