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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r Myself/Pensieve

[15.12.28] 돌아오는 길.

by Timo Graphy 2015. 12.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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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월요일 여덟시반, 겨우 눈을 떴다. 평소보다 늦게 일어나는 시간이었는데도 나는 왜 쉬이 눈을 뜨지 못했는지 모르겠다. 집이라는 공간의 편안함일까. 언제 다시 뉘일지 모르는 마지막이라는 감정때문일까. 마지막으로 어머니의 따뜻한 밥을 먹는다. 왜 매번 밥이 많냐는 나의 투정보다는 아무 말없이 밥을 밀어 넣었다. 그게 내가 할 수 있는 최고의 효도라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아버지의 차에 올라타 시시껄렁한 차이야기나 하는 나나, 이럴 땐 이렇게 대처해야된다는 아버지의 도로안전수칙에 나는 아버지와 아들이라는 위치보다 오랜만에 남자끼리 만났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버지와 세상걱정없이 이야기했던 적이 중학교시절이라고 생각해보니 10년이 넘는 세월만에 걱정없이 하는 가장 긴 대화였다. 내가 아버지와 대화를 많이 하지 않았던 것은 나 스스로도 예견되는 두려움에 대한 회피가 아닌가 싶다. 언제나 걱정되는 어린 아들에게 아버지는 하나라도 더 알려주고 싶고 나와 같은 인생을, 실수를 반복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던지는 말을 충고를, 나는 누구나 할 수 있는 동일한 주제에 대해 지쳐 대화하기 싫었다. 단지 지금만큼은 나를 가장 오래 보아온 이 사람과는 세상의 모든 걱정을 내려놓고 시시껄렁한 농담에 마음편히 이야기하고 싶었는데, 아버지는 언제나 현실적이셨다. 그렇게 나는 아버지와의 유일한 주제를 포기했었다.그래서 걱정없이 이야기하는 차이야기, 도로교통이야기가 마음편히 들려왔다. 얼마만에 걱정없이 하는 대화인지는 나와 아버지만 알 것이다.

  

 

  함께 돌아가는 과장님의 차에 올라탄다. 아버지와 있을 때의 죄송함과 다르게 조금은 마음이 편해진다. 떠나야한다는 죄송한 마음과는 달리 내가 해야 하는 일, 가야 하는 곳으로 가는 이성적으로 맞는 분위기였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아버지뻘인 과장님과 아버지와는 하지 못하는 농담을 하며 도착한 집에 짐을 내려놓았다.

 

 

  드디어 돌아왔다, 돌아왔다 나의 장소 나의 역할로...라는 생각으로 문을 여는데 넓은 창으로 따뜻한 햇살이 들어오는 광경과 처음으로 마주했다. 두 달 남짓 살았던 이 공간에서 '편안함'이라는 감정을 처음으로 느꼈다. 떠나고 싶어서 난리를 하고, 주말만 되면 짐을 싸기 바빴던 공간에서 20여년 남짓 살았던 나의 집에 들어섰을 때보다 더 편안하다는 생각이 드는 걸 보며 혼란을 느꼈다.

 

 

  평생을 어색이라는 감정을 수반한채 살아갈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정을 붙히고 떠나고 떠나고 정을 붙히고 어색함을 잃고 편안함을 찾고. 그리고 점점 익숙해지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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