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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당신의 봄은 안녕하신가요?
For Myself/Pensieve

3년 뒤 나의 모습

by Timo Graphy 2015. 5.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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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레포트로 작성했던 글인데, 

가끔 읽으면 저렇게 살고 있었나, 살고 있나라는 생각이 들어 읽게 된다.

퇴근이다.

기름진 머리를 헝클며 나를 기다리는 먼지를 머금은 차에 올라탄다. 불타는 금요일이라는 불금에 힘이 불끈불끈 나야 하거늘 본능적으로 카시트를 뒤로 젖히며 눈을 감는다. 내가 실험실에 들어온지도 어느새 2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면접을 위해 들어간 하얀방에서 누군가에게 목을 졸린 듯 한 기분은 어색하게 메인 넥타이가 아니라 안경위로 보내는 면접관들의 차가운 시선들이었다.

  차안의 퀘퀘한 냄새와 노을에 비춰지는 뿌연 먼지들은 면접이란 이름의 노예경매를 준비하던 나를 기억하게 한다. 좋은 구절을 찾기 위해 넘기던 수 많은 취업서적들과 생각나는대로 적고 지운 메모들, 그 위에서 닳아 없어진 수많은 연필들, 지우개 가루에 투영된다.

  지난 3년간 모든 걸 인내하며 앉아있던 젊은 날의 고통이 어느새 이렇게 추억이라는 이름으로 미화되어 뇌리를 스친다. 지금부터는 일주일 쉼없이 달려온 나를 잠시 멈춰 세우는 순간이다. 4년제 학사학위를 마치기 위한 수업도 없고 수당을 위해 공부했던 자격증시험도 끝이 났다. 퀘퀘한 먼지와 함께 기억한 옛 시절사이로 고민과 걱정을 공유했던 나의 동기들이 생각난다. 아픈 청춘을 공유하며 돈독해진 녀석들에게 긴 밤을 함께 보내자며 악마의 속삭임을 보낸다. 소설에 나오는 악마들이 이러하였을. 그렇게 모인 녀석들과 매번 하는 추억이야기와 여자이야기. 결혼이야기. 차이야기를 한다. 나이가 먹어도 변치않는 녀석들덕분에 오늘 하루도 늙어간다는 생각도 잊은 채 선술집의 호박색 전등 아래에서 기분좋게 취해간다.

  점심 무렵 귀찮게 간지럽히는 따스한 햇살과 휴대폰에서 울리는 기상나팔소리에 짜증스럽게 일어난다. ‘벌써 일어나기 싫단말야오늘은 주말이라고…’ 울리는 휴대폰을 진정시키며 바라보는 화면엔 여행가기 좋은 날이라는 문구가 적혀있다입버릇처럼 말하면서 미루고 미루던 여행전야에 이렇게 술을 마시다니 추억이 뭐라고 술이 원수라며 평소처럼 궁시렁거리며 어지러운 머리를 붙잡고 자동차에 올라탄다. 조수석에 카메라를 태우고서. 이번 여행도 추억을 팔러 가려 한다.

  내비게이션에 ‘진해라는 두 글자를 적고서 엔진을 예열하기 시작한다. 노래를 크게 틀어놓고서 흥겹게 도착한 진해에서 밥을 먹는다. 혼자 궁상을 떨땐 더 있어보여야 한다는 나의 철학에 담백한 빠네를 먹기위해 휴대폰을 검색한다. 온갖 파워블로거들의 말장난에 놀아나다가 한 곳을 정해서 간다. 역시 파워블로거라는 놈들은... 입만 살았다. 빠네를 먹고 바다가 잘보이는 테라스에 앉아 하루를 죽이다가 오후 느즈막히  해군훈련소에서 어른인척 으시대는 지금의 나는 군 입대를 앞두고 애써 웃음짓는 소년과 마주한다.

 

  많은 생각들이 스쳐지나간다. 자신만만했던 기억들. 그리고 전역을 하며 어두운 인생에 불을 밝히며 고생하던 나의 시절들. 함께 했던 훈련소 동기들은 어디서들 잘 지내고 있는지나를 보내며 덤덤한척 무표정으로 바라보시다가 고개를 돌리신 채 눈물을 훔치시던 아버지를 기억한다. 이 순간을 카메라에 담으며 사진 속의 또 다른 세상을 바라본다. 나는 이제 추억 찾기라는 새로운 기억으로 진해를 추억할 것이다. 다음엔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오겠지.라며 생각치도 않는 위안을 하며 이렇게 또 하루가 멀어져 간다.
새로운 꿈을 결심하며 달려온지 3. 그때나 지금이나 나는 여전히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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