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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당신의 봄은 안녕하신가요?
For Myself/Camping

[2022.04.20.] 백양산 애진봉 - 첫번째 백패킹.

by Timo Graphy 2022. 4.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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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보니 백패킹까지 흘러왔다.

집밖에서 잠을 자는 건 미친짓이라고 생각했던 내가 어느 순간이 되니, 가끔을 집을 피해서 집밖의 여유를 찾고 있었다.

생각보다 집에서도 할게 너무나도 많으니까. 어떻게 보면 게으른 "P"가 반이상은 묻어있는 나에게 '완연한 휴식'이 잘 성립하지 않았던 걸까?

회사의 걱정, 삶의 고찰, 여러가지 생각이 묻어 그려진 도화지 같은 집이라서 그런걸까.

가끔은 익숙한 것에서 멀어지고 싶은게 인간의 본성이니까. 그리고 그래야 익숙한 것의 소중함을 더 깨닫잖아.

 

박배낭까지 구비를 하고 나니, 날이 춥다고 미루고 날이 흐리다고 미루다 보니 근 한달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그리고 오늘은 무조건 출발.

 

첫 시작에 있어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장소의 선정이었다. 

부산의 도심을 멀리서 '희극'처럼 바라볼 수 있는 곳.

그리고, 오르다 혹시 모를 철수에, 처음이라는 이름이 무색하지 않도록 산행이 어렵지 않은 곳.

 

그렇게 찾다보니 사람많은 황령산이나, 처음 오르기 좋은 송도의 장군봉이나, 이래저래 알아보다가 백양산으로 향했다.

다들 송도의 장군봉을 추천해주셔서 경치가 조금은 맘에 들지 않는 그 곳으로 어느정도 가닥을 잡았었다.

그러다 다른 누군가의 글을 보고 백양산으로 향했다.

끌렸다.

사실 아무도 추천해주지 않은 곳이었는데, 도심을 바라보기 적절했다. 

 

그렇게 출발. 

 

피엘라벤 카즈카 75리터, 나의 첫번째 박배낭.

도심 근처에서의 백패킹은 주간 등산객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 16~17시 정도에 박지에 도착한다고 한다. 

조금은 천천히 출발한다는 게, 도심지의 교통체증을 감안하지 못했다... 나란 P...

산행 시작 시간이 촉박해지니 (초행에 야간산행은 원치 않았기에,,, 그리고 난 한번도 야밤에 산을 타본 적도 없다...) 다급해졌다.

되려 더 짜증도 나고, 이렇게 시작하려고 시작한 백패킹이 아닌데

'여유를 가지려고 시작한거잖아? 조금 늦어도, 조금 천천히 가도 괜찮잖아.'

마음을 되새기며 시작한 산행.

음식을 넣고, 이것도 필요하지 않을까. 싶어서 하나 둘 챙겨 넣은 짐이 20kg을 넘었다.

'살다살다 내가 20kg이 넘는 짐을 메고 굳이 산을 올라가다니...'

산행을 시작한지 10여분이 지나자 걱정했던 다른 부분들보다 오른쪽 둔근이 올라온다. 

이쪽 근육이 약했던 걸까? 뭐 평소에 많이 쓰지 않던 근육인데, 보드탈때 도움이 되긴 하겠다.

 

'가파르지도 않은 산이 이렇게도 힘든 거였나. '

'고작 한시간이라는 산행이 이렇게 고역인것일까. '

'나는 그동안 운동을 제대로 하지 않았었구나. '

 

몸이 힘드니 괜한 걱정보다는 지금의 순간에 집중하며 산을 오른다.

집에서 어느 정도 잡아온 토르소가 잘 맞지 않는 듯하여 배낭을 고쳐보려 내려놓는데 이것도 고난이다.

'헉헉헉...'

숨소리만 자욱하게 귓가에 울려퍼진다. 

뭐든 시간이 지나면 익숙해 지듯이 귓가의 숨소리는 지저귀는 산새들의 소리와. 바람에 스치는 이파리의 소리에 거칠고 투박한 숨소리와 발을 스치는 자갈소리가 묻혀간다.

'그래, 뭐 결국은 자연이구나.' 

그렇게 땅만 보고 20여분을 가다가 고개를 들었다. 나에게만 열리는 길. 

주변이 보인다. 힘듦 사이로 묘하게 미소가 피어나온다. 변태같이.

도심속에서의 휴식도 좋다고 생각하지만, 오늘만큼은 인간이 왜 자연속으로 향하는 지에 대한 답을 조금은 알 것도 같다.

이해하지 못하던 것들을 알아간다.

그러다 보니 숲길 나무들 사이로 도심이 보인다.

 

 

 

 

'멀리 왔네.'

 

짜증섞인 빵빵거림과 누군가를 향한 급한 구급차 소리도 어느새  점점 줄어든다.  

멀어지나보다.  

어느정도 산행에 적응하니, 목적지였던 애진봉에 도착했다. 

편도 50여분의 거리. 딱 적당하다. 적당히 힘들고 적당히 보람찬 거리.

모든 것이 적당했다. 

도착하니 일몰도 끝이 났고, 이 밤까지 내려가지 않은 한명의 등산객만 남아있었다.

그 사람은 나를 한번 슬쩍 보더니, 멀리 도심을 응시하다 나에게 말을 걸었다.

"빨리 텐트치고 저녁준비해야 하는거 아니에요?"

"아... 조금만 있다가요. 이거 보러 온건데요 뭐."

백패킹이라는 건 변태같은 성취감이 있더라.

오늘의 이 광경이 온전히 나의 것이라는 생각. 그리고 이걸 바라보며 앉아있을 모든 순간의 감동이 도착한지 5분 사이에 밀려왔다.

진구를 사랑하는 무슨 봉우리라고 했던거 같은데... 그 뜻은 이 곳을 온전히 표현하지 못하는 듯 하다.

배낭을 내리는 것 조차 까먹을 정도로 멍히 바라보다가 텐트의 피칭도 식사의 준비도 시작한다.

바람이 어느정도 부는 날이라, 처음으로 설치하는 텐트라서 애를 먹어도, 그닥 급하지 않다.

 

오늘 나의 잠자리는 집밖의 고생이 용인된다.

'텐풍'을 찍는다. 

그렇게까지 예쁘지 않은, 그렇게까지 고가의 장비도 아니지만 그냥 오늘 하루를 평안히 보낼 수 있는 장비임에 감사하다.

'목적'을 위한 '수단'에 우선 순위를 두지 않기러 한다. '수단'은 '수단'이다.

취식을 하고, (취식사진은 개판이라... ) 의자에 앉아 바람을 맞으며 멀리 야경을 바라보다 열두시가 다 되어 침낭에 들어간다.

산은 산인지, 점점 바람이 차갑게 들어온다.

침낭속은 바람 부는 4월의 끝자락을 핫팩 두개에 잊게 한다.

아마, 5월은 덜 춥겠지?  

 

텐트가 부시럭거리는 소리에 잠에서 깼다.

비가 오는 줄 알았다.

우비도 없는데 걱정이라는 생각, 일출을 보지 못해서 걱정이라는 생각에 눈을 떠 텐트를 열어보고 비가오지 않음에 감사하며 커피 한잔을 내리며 철수를 시작한다. 

 

설치에 비해서 철수는 금방이었다.

세우는 것보다 무너트리는게 쉬운 것이 여기도 적용되나보다.

먹을 것은 뱃속에 집어 넣었고, 커피와 새벽공기도 들어와 가볍게 산행을 마친다.

왕복시간 약 1시간 40분. 

 백패킹은 내가 알던 오토캠핑과 장비만 공유하는 다른 종류의 취미활동이라는 것을 알았다.

지향점이나 목적이 다르다.

오토캠핑이 누군가와 함께 웃고 떠들고 술마시고 먹는 유희적인 활동이라면 백패킹은 내적인 활동이다.

혼자라서 내적이라는 것이 아니라, 내 등뒤의 짐은 내가 감당하는 것이고, 눈앞의 경사는 내가 감당하는 것이다. 

인고속의 생각도 나만의 것이니까 내적인 활동이라는 것이다. 

정비된 캠핑장에서의 인간이 만든 자연에서의 쉼보다 어딘가를 향하고, 인고를 통한 성취와 자연 가까이에서 또 다른 쉼을 얻어간다.

 

백패킹을 하며, 그간 내가 오토캠핑을 하며 불편과 결핍으로의 회귀라는 생각을 갖고 임했던 것에 대한 의구심이 들었다.

절대적으로 부족한 장비였고, 절대적으로 부족한 환경이었음에도 인고에 주어지는 확실한 보상이 백패킹 본연의 매력에 조금은 알게 되었다.

 

두번째 백패킹은 오늘이었는데, 업무적인 일정과 뜻하지 않은 우천에 첫번째 경험의 소회를 적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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