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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당신의 봄은 안녕하신가요?
For Myself/Pensieve

[2024.09.01.] 관점

by Timo Graphy 2024. 9.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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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과 상황에 따라 바라봄이 변한다는 건 언제나 오묘한 생각을 던져준다. 

즐겁던 것이 즐겁지 않은 순간도 있었고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이는 순간도 있다.

어떠한 걸 매번 동일하게 바라보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지 않을까.

 

그 사람과 마주하며 추억을 그리는 순간이 그려지는 영화가 있었다.

여행지에서의 별일 아닌 하루의 사랑 정도로 치부하던 영화였는데, 그 영화를 처음 보았던 나는 너무 어렸었는지.

'이게 뭐지'하면서 타인과 대화하기 위해서 꾸역꾸역 봤었던 영화였는데 이 영화가 문득 떠오르다니.

웃긴 일이다.

 

너무나 다른 환경에서 살아온 사람이 순간의 끌림에 이런 저런 사정으로 숙소도 잡지 못한 채 밤새 돌아다니며

서로의 별 다르지 않은 이야기를 나눈다.

분명 다른 사람이지만, 그들은 서로에게 끌리고 있더라고.

 

점이 아닌 선처럼 기억될 추억이 될 것을 자각하며 현실 앞 예기된 이별을 애써 마주하지 않으며 순간을 나아간다.

알 수 없는 사유로 발생한 오묘한 이끌림에 그들은 하루라는 시간에 서로의 감정을 함축적으로 밀어넣고서

확실한 서로의 감정과 불확실한 미래를 약속하고 각자의 현실로 돌아간다.

 

이런 감성을 품기엔 그 당시의 나는 부족했었나 보다.

감상을 느끼던 사람들에게 단순히 '여행지의 하룻밤'으로 치부했던 내 자신이 조금은 부끄러웠다.

이렇게 섬세하며 가벼운듯 무거운 영화였는데 말이다.

 

지금과는 어울리지 않는 90년대의 은은한 표현들이 기분좋게 휘몰아친다.

은유와 비유의 표현이 적어진 요즘의 분위기와 상반되는 은은함이 기분좋게 머문다.

 

뿌려진 향수가 오래 머물게 하기 위해 고깃집에 가지 않는 것 처럼.

지금의 감정이 머무르도록 잔잔한 플레이 리스트와 흰색 화면에 검정색 글씨를 채워간다. 

적다보면 감정이 선명해지는데 날아가는 향을 시향지에 앉혀 더욱 머물게 하듯 단단해지는 느낌이 든다.

 

약간 논지에서 벗어난 내용이긴 하지만, 해외 여행을 가게 되면 면세점에서 향수를 사는 것을 좋아한다.

그러고서 그 여행지에서 그 향수만 뿌리고서 돌아다닌다.

그러고 나서 입국해서 여독을 풀고서 어느 순간 향을 내몸에 안착시키다가 여행지에서의 추억이 잠시 머물다 지나간다.

별거 아닌 순간에도 즐겁던 순간이 지나가는 감각적인 기억이 좋다.

 

비슷한 순간을 마주해 더 와닿았던걸까.

당신은 그런 사람이다.

나라는 사람이 마주하고 지나오던 현실과는 사뭇 다른 색깔로 다채롭게 만들어 내는 사람.

'가졌었지만 지금은 잃어버린건가' 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아닌가. 저사람만 갖고 있는 건가?' 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살아가는 시간의 간극에 관한 의구심을 넘어서는 확실한 점은 당신은 다채로움이다.

 

그러함이 좋다. 

당신과의 시간은 미숙함에 관한 호기심과 정복감이 아니라, 당신의 다채로움의 물듦이 아니었나 싶다.

당신과의 어울림으로 나는 다채롭고 나의 유연함을 회복하는 기분이 들었으니까.

그런 나는 나다웠으니까.

다만, 그게 당신과 나와의 시간의 간극과 그것으로 인한 오해의 지점이 아닐까 한다. 

 

그러한 다채로움이 그리며.

생각하는 것만큼 가벼운 존재가 아니라는 걸, 표현이 부끄러워 모두 다 내어놓진 못하지만

당신의 스며듦은 어색하면서도 달가우면서도 언제나 그렇듯 옅어짐이 두렵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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