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점심시간이 지난 무렵 전화를 걸었다.
내심 걱정가득하게 전화를 받아드시고서 나의 이야길 기다렸다.
「서류... 언제 까지 내면 될까요?」
라는 나의 말에 약간의 공백과 작은 한숨 뒤에 이야길 이어가신다.
안도셨을까.
「서류... 어제 다 작성은 해뒀는데 그래도 퇴고는 필요할거 같아서요.」
「그러면 월요일에 출근해서 제출하도록 하겠습니다.」
모험보다는 현재를 선택할 거 같은 나에게 조금은 걱정하셨나보다.
며칠 전 나흘 정도의 고민 끝에 아무래도 삶의 안정을 위해선 현재에 안주하는게 맞는 거 같아서
완곡의 거부를 표현을 해댔더니 조금은 걱정과 실망을 하셨는지 답장도 없으시더니.
오늘은 '내 이럴 줄 알았다' 는 느낌으로 화색이시다.
이상하다. 남일인데 왜 이렇게 추천을 하시는 걸까.
그것도 한 3년동안이나. 왜 이렇게 이뻐해주셨지?
나 그렇게 잘하지 않는데 말야. 구멍이 송송송 뚫려 있는 귀찮은 베짱이인데.
자신의 길이 너무나도 행복해서일까.
개신교가 전도하듯이 너는 잘할거 같다고 추천하고 싶다고 말야.
왜 이렇게 이뻐해주셨지?
아니면 자신을 대신할 막내가 필요하기 때문인걸까.
모르겠다.
보이지 않는 건 그렇게 신경쓰지 않을래.
지금까지는 정말 나를 위하는 거 같아서 고마운 마음만 갖고 가련다.
일단은 이런 나라도 믿어주시는 분이 한분은 계시니까. 한명은 나에게 돌은 던지진 않겠지.
그나저나 날 왜이렇게 챙겨주시지? 이해가 가지 않는 거 투성이다.
그렇게 대단하게 해드린 것도 없는데... 이거 참 물어보기도 뭐하고.
10년 뒤에나 물어봐야겠다.
그렇게 선택의 갈래에서 결정을 했다.
10년간의 고민이 마무리되니 후련하다. 사실 답을 정해뒀던거 같기도 한데 말야.
능력과 배치되는 삶의 방식에 조금은 두려웠는지도 모르겠다.
내가 존경하는 저 사람만큼... 그렇게 잘 할 수 있을까?
내 지향점이 너무 높은걸까. 결정은 했어도 이 부분은 아직도 두렵다.
아무튼.
지금까지 그려온 보고 배우던, 멋지다고 생각했던 롤모델들의 길을 따라 가보려고.
앞으로 더 어려워질 길은 맞는거 같아. 사정이 좋아질 일은 없을거 같거든. 적어도 20년은 고생할거 같아.
뭐야 그러면 계속 고생한다는 건데... 그 때 어떤 결과일까. 조금 궁금하다. 그때까지 이 글이 남아있으면 좋겠는데 말야.
앞으로 놓여지는 길이 언제 끝날지 모르는 자갈길일거 같은데, 옆에 내 롤모델들이 세워둔 이정표 정도는 있겠지.
근데 뭔가 이렇게 거창하게 멋있을거 같기만 해서 선택하는 건 아냐.
나 이제 자본주의의 톱니바퀴니까 바퀴의 크기를 조금 더 키워보려고 하는 거기도 해.
가난이 고민의 시작이었던거지 뭐.
누가 그러더라. 돈 없으면 고생해야지 별 수 없다고.
받은 거 없이 살아가려고 해. 이정도 키워주셨으면 내가 혼자서 해야하니까.
그러려니까. 남들 안하는 거 해야 좋은 곳으로 갈 수 있었고 남들 안하는거 힘들다는거 해야지 더 벌더라.
돈은 거짓말을 안하잖아.
이제 그나마 할 줄 아는게 생겼으니까. 이거라도 더 열심히 해서 갖고 싶은거 먹고 싶은거 먹으려고.
아무리 머리를 굴려봐도 이게 그나마 가성비가 좋은거 같아.
그리고 내 성격도 그래.
아무래도 지루하고 쉬운 건 내가 지향하는 부분은 아닌거 같아.
지금도 너무 뻔해서 재미없어. 도대체 도파민에 언제부터 절여져있던걸까.
내 고집이 없진 않아서 그래도 약간의 의사선택을 하고, '나이'에 맞는 자리에 있고 싶어.
MBTI의 'S'시스템 속에서 나의 고집과 성격을 유지하는게 너무나 어려울 거 같긴한데, 이 부분은 아직도 고민이야.
조금은 나의 자리에서 나의 선택을 가지려니 그냥 그런 고민속으로 빠져들어야 할거 같아.
그리고 뭐... 저기 사노비들보다는 내가 나을거 같아. 나 좀 배부른 소리 하는 거 같아.
그래도 쉽게 잘려나가고 능력없다고 벽보고 서있는... 그런거 까지는 아니잖아.
'비를 막아주면 좋겠지만, 그러지 못하면 함께 비를 맞아주는 사람'
이게 내가 지향하는 '어른'이라는 거 같아.
어른은 책임을 져야지. 힘들겠지만 어렵겠지만 시도해볼게.
잃을게 조금은 생겨서 예전보다는 그래도 아주 조금은 두려워지긴 했거든? 그래도 최선은 다 해볼게 응원해줘.
뒤에서 어린애들 붙잡고 영웅담을 늘어놓고서는 귀찮고 책임져야하는 건 어린 애들 시키고서
막상 권력자 앞에서는 말한마디 하지 않고서 어린 애들만 유시하는 건 아닌거 같아.
당연히 아닌 사람들도 많겠지만 내 주변엔 그런 어른들이 많았어서 인지 그러긴 싫어.
어려서부터 그려오던 나의 꿈에도 한참 못미치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
초등학교 때 꿈이 뭐냐는 말에 손을 번쩍 들고 이야기했거든.
'역사의 한페이지는 아니더라도 좋은 의미로 한줄 남았으면 좋겠어요.' 라고
그 꿈이 어려운거 같아서 중학교 땐 '아이들이 하고 싶은 공부를 하는 행복한 학교를 만들었으면 좋겠다' 정도로 수정했는데.
다시 생각해봐도 초등학교 때 꿈이 조금 더 현실적인거 같다.
일단, 돌하나랑 어디 간판 두개 정도에 이름정도는 박아놨으니까. 10% 정도는 해낸거 같아.
더 해볼게.
꿈을 더 크게 꿨으면 정말 역사책에 이름 넣을 수 있었을텐데.
사실 중학교 때 우주정복이 꿈이긴했어. (소곤소곤)
나 그렇게 그냥. 선택의 갈래에서 결정했어.
그냥 일단은 후련하거든? 어떻게 됐든 일단 선택이라는 걸 해서?
이게 옳은지 그른지도 잘 모르겠어. 근데 일단 선택은 했어.
보니까 뭐든지 일단 선택해두고 눈감고 눈뜨면 어떻게 되고 있더라.
사는게 그런거 같아 뭐라고 기대하면 시작도 못한다는 것도 알아.
그런데 이번 선택은 지금까지 살아왔던 걸 모두 바꾸는 선택이니까. 나 조금 두려웠어.
내가 가고자 하는 게 내가 원하는 거라는 것과 현실적인 많은 고민들을 아무리 해봐도
두렵지만 나쁘지 않은 선택같다는 생각이 들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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